청와대, "여론 충분히 듣고 민심책 제시"... 민심책이 무엇일까?
오늘 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를 방문했다가 이상한 글귀를 하나 읽게 되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실에서 브리핑 한 자료인데, 그 제목이 "여론 충분히 듣고 민심책 제시" 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민심책'이란 말이 영 이상했습니다. 생각할 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다음의 국어 사전을 검색해 봤습니다.
재밌게도 '단어의 철자가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란 답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 제가 못찾는 걸까해서 네이버, 엠파스, 구글 등을 모두 검색해봤지만, 민심책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순 없었습니다. 결국 민심책이란 말은 청와대가 만들어 낸 신조어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럼 어쩌다 민심책이란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인가 확인해보겠습니다. 다음은 6월 2일의 청와대 브리핑 전문입니다.
- 2008.06.02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의 긴급 회동이 2일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우선 먼저 최근 정국 현안과 민심수습 방안에 대해서 강재섭 대표께서 ‘각계 원로들의 의견을 귀를 열고 듣고 수렴해 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당의 입장에서 보면 일부 정치적인 착오 등이 있었던 만큼 차제에 민심 일신 차원에서 개각 등 민심수습 방안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에 정치 상황을 예측 분석하고 여야 정관의 소통과 조율을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건의가 있었다.
이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당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또 각계 원로 등을 두루 만나서 여론을 들은 뒤 민심수습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시위와 관련해서는 강재섭 대표는 폭력 불법시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또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촛불 문화제 등 평화적인 의사 표현에 대해서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국회개원 문제와 관련해서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의 처리와 고유가 대책 등 이른바 민생 대책을 논의하고 처리하기 위해서 개원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서 원 구성을 하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친박 복당 문제와 관련해서 강재섭 대표는 몇 가지 원칙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당의 화합을 위해 한나라당의 입당 또는 복당을 원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문호를 최대한 개방한다는 원칙 아래 우선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공천에서 낙천하여 탈당한 뒤 18대 총선에서 당선한 분들은 당원 당규 상 결격사유가 없는 한 곧바로 복당 조치토록 한다.'
그리고 '그밖에 한나라당의 입당이나 복당을 원하는 의원(여기에는 친박 또는 순수 무소속 의원이 포함이 된다)분들은 당원 당규에 따라서 해당행위의 정도, 그리고 도덕성 등을 심사해 가부를 결정한다. 이를 위해서 당규에 따라 이번 주 중 중앙당에 당원자격 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원칙을 갖고 복당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좋은 생각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향과 절차는 당에서 알아서 진행해라” 이렇게 말씀하셨다. 복당 문제는 지금 이미 열리고 있겠지만, 한나라당 최고 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서 최종 결론이 나는 대로 아마 공식 발표를 할 것으로 알고 있다.2008년 6월 2일
청 와 대 대 변 인 실
청와대의 실수, 민심책은 민심 수습/안정 대책 등의 잘못된 표기
브리핑의 내용을 보면 누군가 '민심책'이란 말을 한 것이 아닌 대변인실에서 제목을 잘못 뽑아 사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재섭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 누구도 '민심책'이란 말을 사용하진 않았으니 말입니다. 아마 '민심 수습 대책' 혹은 '민심 안정 대책' 등을 의미한 것 같습니다. 그걸 '민심책'이란 말로 정리한 것이지요. 청와대 대변인실에서 내보낸 브리핑인데, 부주의한건 아니였을 것 같습니다. 아마 제목을 뽑은 사람이 너무 창의적이거나, 너무 .... 하거나 한 것이겠지요.
더욱 재밌는 것은 일부 언론에서 '민심책'이란 말을 여과없이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아이뉴스24와 시사포커스란 언론사에서는 청와대 브리핑의 제목을 원용하여 '민심책'이란 말로 보도하였습니다. 이외에도 '민심책'으로 검색되어 나오는 것은 한나라당 관련 카페와 이명박 지지 카페 등이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대변인실의 브리핑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요. 어쩌면 민심책이란 말이 신조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민심책, 민심 안정 대책 혹은 민심 탄압 대책? 과연 준비한 대책은?
대통령이 심사숙고 끝에 민심을 잡기 위한 회동을 마련한 것일텐데, 대변인실이 너무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러 버렸습니다. 하지만 국민은 아직도 정부가 민심을 탄압하려 하려는 것은 아닌지, 민심을 무시하려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상태에서, 적절한 단어를 사용해 준 것 같습니다. 민심 탄압 대책도 민심책이고, 민심 안정 대책도 민심책일테니 말입니다.
과연 이명박 정부가 어떤 '민심책'을 준비했는지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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